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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동안 국내산부인과에서 시술되던 불법낙태건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무려 7개월의 태아도 수술의 대상이었다고 하니 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에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비록 피치못할 사연으로 인해 자신의 핏줄마져 삭제해버리는 결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예비 아빠엄마들도 불쌍합니다만 세상에 한발 마음껏 디디지도 못한 가여운 생명이 제일 안타깝습니다.

수많은 생명이 이미 하늘로 올라 별이 되었을겝니다. 생명경시사상 이전에 국내법률로 불법이라 못박아 두고 있는 현실의 지엄한 법률관계로도 불법낙태를 어찌하지 못하나 봅니다. 겉으론 피치못할 사연때문에 아이를 탄생시킬 수 없다는 산모의 구구절절한 눈물에 낙태를 승인할 수 밖에 없었다 하나, 결과적으론 벌이에 급급해 불법시술을 도왔던 산부인과 의사와 병원들이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인간세상에서 가장 가치있고 존귀한 생명이 그들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낙태사건에 열변을 토하며 분을 삭이지 못하시던 분들이 정작 자신 스스로 자신에게 가학하는 생명경시 현상엔 의외로 무덤덤합니다. 낙태만큼이나 심각한 악행을 당신 자신에게 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 쉽게 망각하고 있진 않으신지요? 

태어나지도 못한 생명을 버리는 것이 낙태라 정의하면, 이미 태어났고 이 땅에서 숨쉬고 살아있는 소중한 생명조차 무생물인양 가치없게 만들어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바로 나태이기 때문입니다.
나태란 놈은 사람사는 세상을 언제나 배회하며 기생할 틈과 기회만 노리고 있습니다. 초기엔 인간의 꿈과 열정을 빨아먹고 성장하며 중기엔 질투와 시기를 배설하고, 말기엔 한 인간을 세상속엔 필요없는 무가치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게 만들고 모든 사람에게 잊혀지게 만드는, 분명 살아 있되 죽은 존재나 다름 없는 것으로 인간의 존재 이유마져 말살시키는 무써운 것입니다.

영국의 철학자 흄은 철저한 경험론의 입장에서 형이상학에 파괴적인 비판을 가하는 논리를 펼쳐 크게 명성을 얻었다고 전합니다. 그러나 말년에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자 저술하기로 되어 있던 대영국사에 적극적으로 매달리지 않았고 주위에서 계속 집필하라고 할 때마다 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글을 쓰지 않는 것은 네 가지 이유일세.
첫째, 나는 나이가 많네.
둘째, 너무 살이 쪄 둔감하네.
셋째, 너무 게을러졌고,
넷째, 현재 너무 돈이 많아졌단 말일세"

시대를 넘어 대철학자의 반열에 올랐던 존경받는 이도 쉽게 빠져들수 밖에 없는 나태의 무써움을 피하긴 힘든가 봅니다. 편리해진 문명의 이기속에서 빛의 속도로 다가오는 변화에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정신없는 변화속에 적지 않은 이들이 한번쯤 '나태'로의 끝없는 일탈을 꿈꾸게 됩니다. 상대의 약점을 잡은 순간 그 찰나의 시간을 놓치지 않는 정치검사의 집요함처럼 나태는 인간의 나약해진 마음을 그 순간 파고 들어와 자리 잡습니다. 급변하는 사회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나태는 인간사회 깊숙히 전염되어 가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현실부정, 정치무관심 등등이 바로
나태와 함께하는 님의 모습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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