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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간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는 사기꾼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어릴적 시골에서 자랄무렵 같은 또래의 동네 아이에게 사기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뭐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마흔줄 나이에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 것을 보면 당시 적지않은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1970년대 중반, 네다리를 가진 흑백TV를 보유한 나름 있는(?) 집에서 애지중지 자랐던 필자는 이사건을 통해 어린나이에 벌써 세상의 무써움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어린 사기꾼과 대면한 것이지요. 

동네어귀를 지나는데 양지바른 곳에서 연탄집 아들들인 금동이와 은동이가 동네아이들에게 먼가 열씸히 작업중입니다. 콜라병(사이다병? 기억이 가물가물)을 들고 있길레 한입 얻어 먹어볼까 구경꾼대열에 참여하다 보니 이건 콜롬부스의 신대륙발견 만큼이나 대단한 것인양 떠들어 대는 그들의 현란한 혓놀림에 헤어나올 수가 없습니다. 촌스러움이 좔좔 묻어나는 시골틱한 이름의 이 형제는 환상적인 콤비플레이어로 유명했습니다. 형인 금동이가 낚시바늘에 지렁이를 끼워 던지면 동생인 은동이가 주변에 떡밥을 뿌리는 환상적인 팀플레이어였습니다.

그날도 어귐없이 새로운 껀수로 동네 물고기들을 유혹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콜라병 안의 1/3정도 담긴 물위에 뭔가 재빠르게 헤엄치고 있습니다. 그 죽일 놈의 호기심탓으로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더 가깝게 다가가 보니 사람피부 같은 살색에 빨간눈을 가진 뭔가가 엄청난 속도로 수영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뭐지? 아이들 하나둘 궁금증을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어린 사기꾼들은 호흡조절을 하며 여유롭게 기다렸습니다. 훌륭한 떡밥에 만취한 물고기들이 훌륭한 자태의 지렁이를 보며 떡실신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때를 노리고, 금동이가 가만히 한마디 합니다. 이거... '북극곰 새끼'야...

그랬습니다.'북극곰새끼'가 그날 이벤트의 메인메뉴였습니다. 어린 마음에 흥분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소싯적 구경갔던 창경원에서 보았던 북극곰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하지만 기저귀뗄 무렵의 오래전 일인지라 기억이 가물가물했습니다. 먹고 살만한 요즘시절이야 지천에 널린게 다양한 정보와 자료니 '북극곰'의 생김새쯤이야 3살짜리도 알고 있습니다만, 박통이 촌구석을 누비며 똥색 벼마크가 새겨진 촌스러운 초록빛깔의 새마을 모자를 팔아야만 했던 그 춥고 배고팠던 시절엔 담배피는 호랑이만큼이나 북극곰은 신비의 동물이었습니다.

한치 실수도 용납하지 않던 이 뛰어난 사기꾼 형제들은 엄청난 속도의 말빨로 모든 의심과 의혹의 단서를 차단해 버립니다. 그리고선 거대한 영웅서사시의 극적 하이라이트부분을 이야기하듯 한참을 뜸들입니다. 구경꾼들을 가만히 돌아보며 세상 모든 진리를 혼자만 알고 있느냥 묘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북극 가봤어?'

"진짜 북극곰은 바닷물에서 살어~. 보이지? 보이지? 물에서 새끼들이 헤엄치고 있잖아, 반드시 진짜 북극곰 새끼들은 물에서 산다구~ 그래서 이렇게 물에서 키워야 돼..."

 명품의 가치는 명품을 소유할 능력이 있는 자만 알아볼 수 있는 법, 책상다리 네쇼날 흑백TV를 소유할 정도의 나름 명문가(?) 자제였던 그 당시의 필자는 금동은동 형제의 진귀한 '수집품'의 가치를 단박에 인정하고 당시 거금의 금전을 보상으로 지불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세상 모든 부와 절대권력을 가진 왕의 우월감으로 무장한 채 세상끝에서 발견한 신비의 수집품을 앞세우고 개선할 때의 표정으로 어린 시절의 필자는 콜라병에 담긴 진짜 북극곰새끼를 조심스레 들고 가슴떨린 흥분을 짓누르며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바로 집안이 발칵 뒤집어 졌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새끼북극곰'의 정체에 대해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인터넷 검색해보니, 마땅한 사진이 없어 술담근 사진을 올리겠습니다. 갓태어난 쥐새끼입니다. 처마밑에서 발견한 눈도 뜨지 못해 감은 눈위로 붉은 핏줄이 드러나는 갓태어난 쥐새끼를 콜라병에 넣고 '북극곰새끼'라 사기친 것이지요. 태어나자 마자 악동들의 장난질에 익사를 목전에 둔 불쌍한 쥐새끼들의 마지막 발악이 어린 구경꾼들에겐 '엄청난 속도의 수영실력'으로 착각되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북극곰의 가치증명이 되었던 것입니다.

서울 못가본 놈이 서울 지리를 더 잘 안다고 합니다. 평생 외국 안나가본 놈이 서양년 방귀소리까지 흉내낼 줄 안다고 주장합니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게 '빨간 비디오'라 한다면, 이 '빨간 비디오'보다 더 무써운 건 바로 '무식한 사기질'입니다. 제대로된 정보나 배경 지식이 없기에 더욱 신들린듯 황당한 이야기들을 지어냅니다. 크게 과장되고 더크게 자극적인 이야기에 사람들은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현존최고의 사기꾼들은 무식함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죽지도 않은 강을 살리자고 난리법석입니다. 오늘 다음 메인의 광고란에 실린 홍보물입니다. 광고카피 그대로라면 분명 어디선가 4대강이 죽어가는 모양입니다. 도대체 어떤 4대강이 죽어가고 있길래 경제적으로 이렇게 힘든 시절, 엄청난 광고비를 펑펑 사용하며 살리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요? 멀쩡한 강조차도 이렇게 콘크리트 더미로 메우고 강바닥을 파뒤집는다면 바로 죽어버리겠습니다. 하물며, 금수강산 대한민국의 어떤 강이 죽어가고 있길레 이토록 설레발치는지 당췌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보셨나요? 죽어가는 강이 있는지...


똑똑해진 국민들이 '무조건 살리자'는 4대강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초조한 모양입니다. 푸짐한 경품까지 투척하고 있습니다. 시골장터의 가짜약장수의 상술보다 더 조잡해 보이는군요.

필자의 어릴적 '북극곰새끼 사기사건'의 주연배우들처럼 무식한 정보로 혹세무민하며 형(대통령)과 아우(당정)의 현란한 콤비플레이(언론플레이)로 아이들(국민들)의 정신을 쏘옥 빼놓는 꼼수부리기로 무조건 강행하고 보자는 것은 아닌지 궁급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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