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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추적추적 겨울비가 뿌렸습니다. 잔뜩 흐린 날씨, 마치 눈이라도 올 듯 내려간 기압에 온몸이 뻐근하더니 이윽고 빗님이 내리셨군요. 제가 다니는 도서관엔 겨울방학을 시작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발걸음으로 활기를 띕니다. 아빠와 함께, 엄마와 함께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흐뭇합니다. 앙증맛은 손엔 마치 보물이라도 들듯 빌린 책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도서관 밖의 풍경은 더욱 평화롭습니다. 갓 태어난 새끼오리마냥 아장아장 처음 발걸음을 세상에 내딛는 아기도 포근해진 날씨덕에 도서관 앞 공원을 걸어 다닙니다. 이 장면에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으며 아직 젖도 떼지 못한 제 아이의 재롱이 벌써 눈에 어른거립니다. 공원 옆에 꾸며진 산책길을 따라 트랙킹을 하시는 분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서울이나 지방이나 요즘 어느곳 할 것 없이 건강지키기 열풍이 불었나 봅니다. 참 보기 좋습니다. 공원옆엔 테니스장과 어르신들이 하시는 게이트볼장에도 많은 분들로 붐빕니다. 도서관 옆 노인정에도 많은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계십니다. 즐겁게 운동도 하시고, 또래 친구분들을 만나 무료함도 달래시고 또 가끔씩 도서관도 이용하십니다. 

오랜 고목같은 고마운 도서관입니다. 아장아장 아기부터 세발의 어르신까지 아무런 사심없이 포용해 주는 넓은 아량을 가진 쉼터입니다. 저같이 늦깍이 공부하는 아저씨에게도, 대입에 실패하여 다시 마음을 잡으려는 재수생에게도, 그리고 취업준비로 갈 곳없는 청년들에게도 아무말 없이 두팔을 벌려 따뜻하게 맞이 해 줍니다. 그렇다고 도서관때문에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씀드릴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전 대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우리가 남이가'로 악명높은 고지식한 정치도시, 대구에 살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쥐뿔 가진 것 없으면서도 '프라이드' 하나만큼은 대단한 애향심을 가진 도시, 대구입니다. 아마도 대한민국 건국이후 내리 몇번 대통령 및 정치실세들을 배출했던 지역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SK(서울경기고)가 있다면 TK(대구경북고)가 유명세를 떨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현 여당의 정치적 고향이 TK(대구경북)이며 특히나 중심이 대구란 사실 하나만으로도 '정치 보수'가 당연하다 여기는 지역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 나옵니다. 대구지역 대학병원들이 인턴을 못구해 난리랍니다. 의학대학원제로 변경이 되면서 능력있는 인재들이 모두 서울지역으로 빠져 나가고 있어 대구지역 대학병원들의 의료진 수급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황당한 뉴스입니다. 여자 아나운스는 한술 더떠 열변을 토합니다. '의사뿐만이 아니다, 학생들도 능력있으면 모두들 서울로 빠져나가고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니 언제쯤 대구경북이 예전처럼 활기를 띄게 될 지 걱정'이랍니다. 이 현상이 비단 '대구,경북' 지역만의 문제이겠습니까? 서울 경기를 제외한 모든 지방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지요.

그래도 투표일만 돌아오면 까마귀 고기 먹은 양, 줄줄이표 사탕처럼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같은 당의 그나물의 그밥만 찍어대니 대구경제가 나날이 궁핍해 졌습니다. 낮에 도서관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의 '용산참사와 현정부의 문제'에 관한 열변을 보며 대구지역에 대한 조그마한 기대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가장 고리타분하며 변할 줄 모르던 세대에서 조차 현실과 진실에 대한 開眼이 시작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대다수의 할아버지들께서 여전히 정부옹호의 발언을 하셨습니다만, 더욱 당당하게 자신감 있는 소리로 조목조목 설명하며 '정신차리라' 야단치는 노인의 일갈에서 작지만 소중한 변화를 느꼈습니다.

태어나 잘난 맛에 젊음을 물쓰듯 낭비하고 이타보단 이기에 푹빠져 있었으며 '똥이나 된장이나 그게 그것'이라는 양비론으로 사회현실과 한국정치판을 개똥쳐다 보듯 피했던 철없고 나약한 도망자의 삶이 어떤 한분을 알게 됨으로써 180도 변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고만고만한 인생안에서 아웅다웅 발버둥치며 남을 짓밟고 올라서기 바뿐 세상에서 저, 뒷골목인터넷세상을 하나의 사람다운 인간으로 발딛이게 해 주셨던 분이기에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더욱 님에 대한 향수에 마음이 울컥해 집니다. 슬픔때문에 흘릴 눈물이 아닙니다. 고요한 슬픔안에서 흘러나오는 격한 희망, 靜中動의 행복 때문입니다. 많이 보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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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lux99.tistory.com BlogIcon 기브코리아 2010.01.28 15: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또한 작년3월 전까지만 해도 노무현이란 사람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작년 3월이후 노무현이란 사람은 저에게 사람사는세상을 꿈꾸게 해주신 우리의 대통령노무현으로 다가 왔습니다.

    정말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