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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의 마지막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고 쓸쓸해지며 한해를 제대로 살아왔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끝이라는 느낌때문에 참회의 시간보단 과거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뜬금없이 올해는 저의 좌우명들이 생각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좌우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청소년기, 청년기, 사회초년기, 중년기의 대표적 좌우명을 떠올리면 그 당시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청소년기 - Carpediem
천방지축 청소년기엔 '카르페디엠'이 저의 좌우명이었습니다. 성문영어책과 정석수학책 등 모든 참고서류마다 'Carpediem'이라는 단어를 적어 놓은 기억이 납니다. 1989년 개봉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했던 가장 기억나는 단어였습니다. 영어로 번역하자면 'Enjoy the present'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현재를 즐겨라'라는 의미있는 말입니다. 모두들 학력고사에 정신없이 야자(야간자율학습)과 독서실에 억압되어 있던 시절, 새벽2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고 고만고만한 질풍노도의 시기는 좌우명 한마디로 대신하며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 당시의 좌우명은 '현실부정'에 따른 필연적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청년기 -  人不犯我,我不犯人, 人若犯我,我必犯人
청년기의 시작은 좌절과 시련이었습니다. 재수후기끝에 고만고만한 대학에 들어갔고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기 위해 열심히, 정말 열심히 술을 퍼 마셨습니다. 혼자 소주 14병까지 마신 경험이 있을 정도이니 어떠했으리라 아실 것 같습니다. 카르페디엠을 꿈만꾸었던 청소년 시절의 금욕생활과는 180도 다른 신세계가 펼쳐진 것입니다. 자신보다 공부 못한 아이들이 더 좋은 대학의 간판을 달고 있는게 불만이었던 철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전공인 중국어는 내팽게치고 대학생이면 폼나게 사고할 줄 알아야 한다는 오만에 휩싸여 철학과 틈틈히 자신있던 영어에 빠져 있었습니다. 결국, 이 당시의 좌우명은 '人不犯我,我不犯人, 人若犯我,我必犯人'으로 결정되었습니다. (해석: 다른이가 나를 범하지 않으면 나도 다른이를 범하지 않을 것이나 다른이가 만약 나를 범하면 나는 반드시 그를 범할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외국 속담의 중국어판 버젼 정도입니다. 

사회초년기 - 羞惡之心
사회초년기엔 IMF광풍이 불어 뒤숭숭해졌습니다. 지금의 88만원 세대들보단 그래도 나은 시절이지만 이전의 산업성장기 시절의 선배들에 비추면 정말 거지같은 저주받은 세대였습니다. 스펙올리려 해외연수에다 토익, 토플이다 올렸지만 겁없던 학점에 무릎꿇고 말았네요. 역시나 고만고만한 회사에서 무역일을 시작했습니다. 대학시절과는 달리 참 재밌는 세상이었습니다. 능력과 실력 그리고 노력만으로 가질 수 있는 세상이 아님을 깨닫게 되더군요. 물론, 능력있는 사람들도 많이 접했고 능력없이 자리보존하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온갖 편법과 부정에 휩싸인 사회의 진면목 앞에서 자연스럽게 '羞惡之心'이 좌우명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사단중 하나로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 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 바로 '수오지심'입니다.

중년기 - 塞翁之馬
이제 인생의 중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한집안을 이끌어야할 가장이 되니 삶의 무게만큼 더 가슴을 짓누르지만 아이의 맑고 천진난만한 눈앞에서 매번 새로운 다짐을 시작하게 됩디다. 주위의 친구들을 돌아보면 너무도 천양지차입니다. 잘난 부모덕에 백평짜리 최고급 주상복합단지에서 살며 원정출산을 하고 삐까뻔쩍한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친구부터 별보기 운동하듯 새빠지게 성실히 일해서 아둥바둥 아파트대출이자로 은행에 삥뜯기기 바쁜 친구 그리고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술과 도박 그리고 기집질에 사로잡혀 모은 돈보다 갚아야 될 돈이 많은 친구까지 정말 세상은 요지경입니다.


과거 패기와 자만이 넘치던 어린시절과는 달리 팍팍한 현실 앞에선 필자도 사람인지라 돈 앞에서 만큼은 부러움이 생겨나더군요. ^^; 돈이라는 요물앞에서 울고 웃는 인생사에 발목잡힌 나이가 된 게지요. 잘난 친구들과 못난 친구들의 구분 기준이 '돈'이라는 요물이어서 기분이 탐탁지 않습니다만, 경쟁사회에 있는 모든 인간들에게 적용되는 '돈 = 진리'로 설득당하게 되니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피난처가 필요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중년의 좌우명은 '새옹지마'로 정했습니다.



바뿐 연말연시, 여러분들의 좌우명이나 가훈을
한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2009년 한해를 돌이켜 보면 처음의 시작과는 달리 역시나 고만고만했던 한 해가 되어 버린 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내일의 태양은 떠오른다'는 불변의 진리처럼 2010년 힘찬 한해가 시작되리라 믿습니다. 영원할 것 같은 불멸의 로마제국이 멸망하였다고 세상의 종말이 온 것이 아닙니다.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묘한 인생의 운 앞에서 흉이 복이 되고 복이 흉이 되는게 인생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인생은 새옹지마라 했습니다. 씁쓸하게 한 해를 마무리 하시는 분이나 넘치는 기쁨에 주체할 수 없는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 하시는 분이나 가까운 미래 인생의 신묘함 앞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기에 차분한 마음으로 너무 슬퍼하고 노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너무 기뻐 분에 넘치게 자랑하지도 말고 지나가는 2009년의 마지막 달을 모두 뜻깊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블로그를 방문해 주신 모든 여러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즐거운 연말연시와 더나은 2010년의 모든 복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영원히 행복하신 가정이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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