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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기세가 사그라들고 있습니다만, 예전 충분한 정보가 없었던 시절 우리들은 시골 장터에서 심심찮게 약장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흥겨운 북소리와 원숭이의 재롱, 그리고 몸매가 새끈하게 빠진 미녀와 건장한 변강쇠가 단골게스트였습니다. "이 약 함 잡숴봐~, 어르신들 밭갈다 생긴 신경통, 관절염, 류마티스, 아줌씨들 밥짓고 빨레하다 생긴 요통, 생리통, 그리고 숨가뿜까지... 남편한테 장어 한 마리 푸욱 고아주지 못하면서 토끼같다고 투정부리는 아내들, 그저 잠자리 들기 30분전 이 약을 남편에게 먹여봐~ 그날 완전 홍콩 열번 가버려~'


남방의 신비한 약초로 만들었다는 정체불명의 환약과 물약은 보란듯 구경꾼들앞에서 직접 시음을 하고 아프고 병든 사람을 기가 막히게 치료하는 효과를 눈앞에 펼쳐 보입니다. 절름발이가 멀쩡하게 뛰어다니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늙은이가 푸쉬업을 미친듯 해 댑니다. 하이라이트로 약장사 전속 강쇠는 철근을 두손으로 끊어 버리고 엄청난 괴력을 손님들 앞에서 시연합니다. 가벼운 감기에서 체력회복제, 그리고 심각한 질병까지 모조리 커버한다는 장터 약장사의 만병통치약앞에서 우리는 '아카징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흔히 다치고 상처난데 바른다는 그 유명한 빨간 물약, 아카징끼... 옛날 후시던, 마데커솔 등등의 변변한 상처치료약이 없던 시절엔 빨간약 하나면 모조리 완치시켰습니다. 심지어 두통에도 빨간약을 머리에 발라주면 열이 내리고 아픈 머리가 회복된다는 신비의 명약이었습니다.

요즘 대한민국사회에 다시 '만병통치약'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예전엔 사기꾼들이나 팔았던 '만병통치약'이 이젠 정부에서 나서서 팔고 있는 꼴입니다. 참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앞장 서서 사기를 방조하고 심지어 홍보하고 있다니 놀랍니만 합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표어는 거지발싸개로 줘버리고 신비의 명약을 팔기위해 스스로 약장사가 되어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나서서 판매하고 있는 이 만병통치약의 이름은 바로 '만능청약통장'입니다. 기존 수십년간 지속되던 청약제도를 한방에 무너뜨리고 기존 가입자들에게 엄청난 박탈감을 심어주면서까지 정부는 '버블로 죽어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만병통치약'을 제조했습니다. 정부나 떠돌이 약장사나 다름이 없습니다. 솔직히 모든 병에 잘 듣는다는 '만병통치약'이나 모든 부동산에 청약할 수 있다는 '만능청약통장'이나 도찐개찐입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입니다.


사라져가는 장터에서 금방 죽을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만병통치약 판매하는 사기꾼이나, 죽어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린다는 속셈은 살며시 감춰둔채 마치 부동산 대박신화에 너도 나도 참여할 수 있다는 헛된 꿈을 심어주는 만능청약통장이나 다를게 뭐가 있습니까? 지금 발행당국은 예상외의 실적호조에 입이 귀에 걸렸다는 뉴스입니다. 수조원이 올연말까지 들어올 것이라 예상할 정도로 대성공입니다. 미성년자들에게도 판매가 가능하다며 나서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가진자들은 한 채 더 가지려고 대열에 합류하고, 못가진 자들은 또다시 부동산 광풍에 휩쓸려 떠내려갈까봐 청약하고, 가질 능력이 못되는 자들은 자신들의 자식들만이라도 이러한 불합리와 모순에 의해 불공평한 기회박탈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청약합니다. 묻지마 청약의 시작은 바로 정부가 만든 셈입니다. 모두 부동산 갖기에 혈안이 된 지금 울며 겨자먹기로 청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수년 수십년간 대기해 왔던 기존청약통장 가입자들은 한마디로 죽으란 이야기입니다.


사기꾼이 딴게 아닙니다. 시골 장터에서 판매하던 무허가 약장수의 '만병통치약'이 플락시보(위약)효과로 인해 병이 호전되거나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증상에 우연히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들은 이 '만병통치약'의 존재를 더이상 믿지 않을만큼 성숙하고 이성적인 사회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광풍에 발목잡힌 '정부'가 앞장서서 '약장사'로 변했습니다. 국민들에게 헛된 꿈과 희망까지 모자라 이젠 기존의 청약통장대기자들까지 한꺼번에 몰살시키려는 꼼수를 쓰고 있습니다. 새로운 '만능통치약'이 어떤 '사기꾼'에 의해 만들어 졌습니다. '만능청약통장'은 과연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가 정말 궁금합니다. 여러분, 설마 요즘도 '만병통치약'을 판매하는 사기꾼들의 꼬임수에 속아 넘어 가시진 않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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