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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된 낮잠을 취하고서야 문득 정신이 돌아옵니다. 간밤 밤새 아기 뒷치다거리에 진이 빠지고 혼이 달아났습니다. 2~3시간마다 수유해야되는 것쯤은 아주 쉬운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수유뿐만 아니라 대소변을 갈고 보채는 아이를 챙기다 보면 30분도 제대로 눈을 붙일 수가 없습니다. 아! 이렇게 아이기르기가 힘든 일인 줄 미쳐 몰랐습니다. 천사와 같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의 표정 뒤에는 이세상 모든 부모님들의 사랑과 정성이 담겨져 있음을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아이출산일자가 다가옴에 따라 다니던 회사도 관두고 모든 시간을 아이와 아내와 함께하기위해 어려운 결정을 하였습니다. 성인이 되고서 줄곧 제2의 고향으로 여기던 서울을 떠나 본가와 처가 가까운 곳으로 옮겼습니다. 제나이 또래면 벌써 고등학생인 자녀를 둔 친구도 있고 또 미혼인 채로 살아가는 독신남녀들도 있으며 아직 천생연분을 만나지 못해 여전히 인생의 반쪽을 찾아 기다리는 친구도 있습니다. 어쨌던 비록 늦은 결혼이었고 한번의 유산을 경험했지만 건강한 3.35kg의 건강한 남아를 얻게 되었습니다.

12시12분에 태어난 아이의 태명은 '복떵이'입니다. 팔불출스럽지만, 시원스런 콧매와 눈썹이 매력적인 아이더군요. 월요일 새벽3시경 진통을 느낀 아내를 모시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초산의 경우 대부분 경험하지 못한 진통의 느낌때문에 어떤 것이 가진통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일요일저녁부터 조금씩 느껴지는 진통의 간격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예진시 병원에서는 진통간격이 5분일때 병원으로 오라고 합니다만, 진통의 주기가 정확히 5분이 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더 기다려도 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일요일밤부터 꼬박 밤을 지새우고서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병원으로 직행하였습니다. 도착하니 출산이 임박했다며 입원수속을 하라고 합니다. 진행상태는 벌써 40~50%를 넘어가고 있다고 하더군요. 병원도착시간이 새벽 4시15분인데도 속속 산모들이 아픈 배를 움켜잡고 들어서고 있습니다.

병원을 도착하니 안도하는 아내의 모습이 눈에 잡힙니다. 출산준비를 위해 옷을 갈아입고 진찰하는 동안 저는 복도에서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조금 지나니 친정엄마로 보이는 초로의 여성분과 신음소리로 고통을 대변하는 딸이 엘레베이터로 나옵니다. 그쪽도 진통이 시작된 모양입니다. 사람마다 아픔의 정도가 다른지라 잘 인내해준 아내와 다른 그녀의 모습, 그리고 처음 손주를 받아보는 초보할머니의 허둥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아내가 누워있는 병실에 들어서니 이마에 땀을 송글송글 흘린채 웃음으로 저를 맞이합니다. 몇차례 간호사들이 다녀간후에도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몰라보게 퉁퉁해진 아내의 저린 발을 나름 마사지도 합니다. 터질듯한 배와 함께 아이의 심전도를 연결한 기구의 심박지수를 사진으로 담아도 봅니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아프다는 출산의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무통주사도 맞았습니다. 그런데, 병실밖에서 만났던 그 모녀의 병실에선 아직도 고통을 호소하는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잘 참아내고 있는 아내에게 그녀의 날카로운 신음소리가 두려움을 주게 될지 걱정이 됩니다.

통증이 심해옵니다. 잘 인내하던 아내도 고통에 조금씩 아파합니다. 평균 무통주사를 4번정도 맞는다고 들었습니다. 6시에 한번, 8시30분에 한번, 10시에 한번, 11시10분에 한번을 맞았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통증이 사라지질 않습니다. 밖에선 신음모녀의 절규와 함께 그녀의 남편이 도착하였습니다. 진행상황이 저희보다 늦은 상황인데도 통증을 참아낼 수 없나 봅니다. 주위 정황으로 보아선 통증을 이기지 못하는 딸을 보며 모친이 보다못해 수술을 이야기 한 모양입니다. 남편되는 사람이 언짢은 표정으로 밖으로 나갑니다. 결국, 그녀는 수술실로 옮겼습니다. 몇시간만 참았으면 좋았을터인데라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주변 산실을 보니 모든 병실에서 고통을 참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련하게도 아픔을 참고 인내했던 아내가 대견합니다만, 그 이유로 진행상황이 늦은 산모들에게 먼저 출산의 기회가 찾아 갑니다. 마치 우는 아이에게 떡하나 더주듯 고통에 절규하는 임산부에게 의사는 먼저 발길을 찾습니다. 두어차례나 출산을 양보하고서야 담당과장이 들어와 출산을 준비합니다. 아내는 무려 11시부터 1시간동안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고 있습니다. 아이의 머리는 이미 골반밑으로 내려와 있습니다. 자궁을 벗어난 후부터는 더이상 무통주사의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인간으로 겪는 최고의 고통을 무려 한시간 이상 견디고 있는 아내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흐느낍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제의 입술이 바짝바짝 마릅니다. 몇차례 간호사 호출을 하였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화가난 저는 간호사를 불러 세웠습니다. 그러자, 언제 그랬나는 듯 의사진이 병실로 들어 닥치고 출산진행을 돕습니다. 그리고 저를 가족분만실 밖으로 내쫓더군요.

멍해진 정신으로 가족분만실 입구신발장부근에서 기다리던 제게 간호사가 급하게 다가옵니다. 빨리 병실로 들어가라고 하더군요. 떨리는 마음에 병실로 들어서니 아내가 탈진한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울컥 눈물이 쏟아져 나옵니다. 추스리지 못한 마음으로 아내를 응시하는 동안, 간호원이 저를 잡고 아이곁으로 데려갑니다. 보호장갑과 함께 가위를 손에 쥐어 줍니다. 그리고 살살 조심해서 탯줄을 잘라달라고 합니다. 머리속이 너무도 하얘저서 아무 정신이 없습니다. 눈물샘으로 시신경이 흐릿하여 아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멋지게 아이의 탄생을 기원하며 한마디 하려고 했던 희망사항은 현실의 벅찬 감동때문에 파뭇혔습니다. 탯줄을 조심스럽게 절개하니 피가 솓구쳐 튕깁니다. 멍하게 울고 서있는 저를 간호사가 아내곁으로 델고 갑니다. 목이 매어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촌스럽게 그저 눈물만 글썽이며 아내앞에 서있었습니다. 천근만근이 된 손을 올려 아내의 이마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게 제가 아내에게 바칠 수 있는 사랑과 감사의 전부였습니다. 간호원이 다시 불러 세우며 아이의 신체상태를 점검해 줍니다. 눈코입귀, 손가락, 발가락 등등 그리고 저를 분만실 밖으로 다시 내쫓습니다.
 
*급한 일때문에 파트1로 이만 마무리하고, 다시 파트2를 조만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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