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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날이 풀려서인지 제 나사가 풀려서인지 가끔 잡스러운(?)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나는 타인에게 어떠한 존재이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를 말이죠.

얼마전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을 하시면서 우리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사람들은 슬퍼했고, 감사해했고... 그리고 깨닳았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감사하며 살 줄을 몰랐다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죠.


이날 근처 상점들은 조문객들에게 화장실을 마음껏 쓰라며 문을 활짝 열어재꼈고, 어느 카페주인은 추위속에서 길게 늘어선 이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무료로 나눠주겠다며 스스로 좌판을 벌이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소식들을 접하면서 참 놀라우면서도 이상했습니다. '왜 갑자기 사람들이 착해진걸까? 타인에게는 무감각할 것만 같았던 사람들이 없던 감정이라도 생긴걸까?'하고 말이죠.
평소같으면 있는 열쇠도 없다며 화장실 이용을 못하게 하고,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오래앉아 있으면 눈치를 주곤 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바뀔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한동안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김수환추기경님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위에서 던졌던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그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천주교 신자도, 평소 김수환 추기경을 열성적으로 존경하고 따르던 사람들은 아니었을 겁니다. 저는 다만, 그들을 그곳으로 불러모은 것은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슬픔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보이진 않지만 나 자신을 지탱하게 해 주었던 그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허망함이 사람들을 그 곳으로 모이게 만든 것이었지요.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참 많은 상처를 받습니다. 사회적으로 약자인 저소득층, 신빈곤층, 차상위층, 신용불량자, 노숙자등 이러한 구분짓기 말부터가 하나의 상처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이 외에도 친구에게서 가족에게서 그리고 일상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오가는 말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곤 합니다. 가끔 사람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마치 핑퐁게임을 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한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그 상대방은 그 보다 상위의 정보를 이야기 하고, 또다시 그 상대방은 그 보다 더 가치있는, 그 상대방은 몰랐을꺼라 생각되는 이야기를 하며 서로가 서로를 밟고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들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을 하며 서로를 밟고 올라서고,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결국 대화를 하고나면 남는것은 즐거움이 아닌 가슴한켠의 뻐근함과 피곤함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평소에 받은 상처는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상처를 받고.. 사람들은 상처의 쓰라림을 고스란히 자신이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몸의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단단한 딱지가 내려앉듯이 상처받은 가슴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에게 김수환 추기경님은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자연스러운 항생제와 같은 존재였던 것입니다. 
너무나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기에 그 존재를 잊고 지냈던 우리에게 갑작스런 김수환추기경님의 빈자리는 단단하게 굳어졌던 상처의 딱지가 떨어지던 순간이었던 것이었죠. 그동안 단단한 딱지 덕분에 상처의 쓰라림을 잊고 있던 우리들의 마음이 추기경님의 빈자리를 통해 다시금 상처받은 마음의 통증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지난 50년간 수 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아 주었던 추기경님이 떠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또 다른 한명의 수호천사일까요? 그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는 이제 단 한명의 수호천사에게 그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회복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가 서있는 곳이 여기이기에 나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여기에 있기 때문에 내 마음을 보듬아 줄 수 있는, 상처받은 나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건내줄 수 있는 사람은 저 멀리 있는 사람이아닌 나와 연결되어 있는 바로 당신 주위에 있는 그 사람들인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에게  복합마데카솔이 되어야 합니다.  
                                       상처를 주는 존재가 아닌 
                                   서로의 상처를 감싸안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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