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인터넷세상, 서울서 대구로 낙향한지도 어언 5개월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사업문제로 몇차례 상경한 적은 있으나 앞으로 2년동안 지방에서 움직이지 않으려 핸드폰도 무음모드로 바꾸고 친구들, 전직장 동료들, 지인들 연락을 가급적 끊고 살다보니 점차 정신없이 바쁜 중심지 서울의 쓸데없는 조급함이 사라지고 어느덧 한가롭고 조용한 시골틱한 여유에 길들여 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형님으로 지내는 친한 사장님의 모친상을 문자메일로 연락받았습니다. 가진 건 시간과 의리하나밖에 없는 뒷골목인터넷세상, 일요일 아침기차로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부의금 10만원인데 차비만 10만원이상 버려야 한다 생각하면 아까워 마지막 인사조차 드릴 수 없는 세상입니다. 심지어 와이프랑 아기랑 동반한다면 차비가 부의금 금액을 훌쩍 뛰어 넘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지요. 부의금이야 갑작스레 喪 당하신 분의 슬픔을 얼마 안되는 금전적 액수로 위로하고자 하는 상부상조의 한국전통인데, 이건 한국철도공사만 배불려주는 꼴이니 마음속에서는 직접 조문해야 될 지 아니면 차비 보탠 부의금으로 인사를 해야 할지 고민이 안생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몇푼의 금전적 아까움때문에 가장 힘들고 아픈 시기에 함께 있어 주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후회하느니 맘 편하게 대면하여 위로의 말씀이나마 건네는게 도리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서울 모처에 있는 장례식장에 도착하였습니다. 

길게 늘어선 화환, 그리고 손님들의 숫자로 평가되는 대한민국 장례식문화가 망자에 대한 마지막 인사로 평가되는 현실입니다. 몇 안되는 화환과 상주들의 신발만 외롭게 놓여 있는 장례식장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초라한 장례식이라 이미 선입견을 가지고 평가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생전 망자를 알고 함께 하신 분들께서 마지막 가는 순간을 맞이하여 망자에 대한 추억을 함께하며 망자를 기리기 위해 모인 자리라기 보다는 유족들과 일면식 있는 사람들이 시끌벅적한 장례문화의 품격을 맞춰주기 위한 들러리화 된 한국의 장례문화가 필자 개인에게는 씁쓸하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죽은 자를 위한 행사보다는 살아 있는 자를 위한 행사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진정, 죽은 자를 기리는 서구식 장례문화가 부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각설하고, 일요일 낮인 탓인지 문객들이 없어 자리를 몇시간이나 지켰습니다. 회사이름과 대표자 이름을 광고라도 하듯 큼직하게 박은 화환들만 복도에 가득 전시되어 있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조용한 장례식장의 모습이네요. 2호실, 3호실... 등등의 상황도 별반 다름이 없습니다. 흩뿌리는 마지막 가을비에 몸이 절로 움추려 집니다. 하지만 오후가 되자 문객들이 줄을 잇습니다. 항상 너그럽고 좋은 성품을 가지신 형님(상주)의 인덕탓으로 자리가 넘쳐나기 시작합니다. 쓸쓸한 장례식장보단 왁자지끌 시끄러운 장례식장 모습이 한국인들에게 더 익숙한 모습입니다. 마치 이제서야 제대로 된 장례식장 모습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장례식장의 모습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상주와 함께 밤늦게 자리를 지키고, 술을 퍼부으며, 한쪽에서는 노름판에 빠져 있던 장례식장의 전형적 모습이 보이질 않습니다. 모두들 차분하게 테이블을 차지하며 인생사와 근황 묻기에 바쁘네요. 이런 자리에서나마 오랜만에 마주하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혹자는 사업이 번창하여 으시대기도 하고 혹자는 사업을 말아먹고 의기소침하기도 합니다. 세상만사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장례식장이죠. 그런데, 모두들 근황을 물으면 한결같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그나마 긍정적 대답이 '고만고만해' 정도 입니다. 

내년이 오면 잘리기 전에 미리 선수쳐 자발적 퇴사준비를 하는 친구들의 모습에서부터 월급 밀리는 회사나마 내자리가 있음을 안도하는 사람들, 그리고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경기에서 생존을 걱정하는 사장님들까지 얼굴 한가득 수심이 그득합니다. 이런 자리에서나마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사람들에게 억지 웃음조차 보일 수 없는 얄팍해진 여유를 느끼기엔 충분한 자리였습니다. 심각해진 얼굴로 지인들이 운영하는 회사의 자금압박 소식을 공유할 수 밖에 없고 부도소식에 쓰디쓴 소줏잔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세상인가 봅니다. 예전의 상갓집처럼 맘놓고 술을 퍼먹을 수도 없습니다. 오늘보다 더 두려운 내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일까요? 운전을 핑계로, 내일 출근을 핑계로 하나둘씩 이른 자리를 떠납니다.

하루나마 가까웠던 형님과 형수님의 슬픔 앞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드리고 왔다면 다행이겠습니다. 모친상을 당하셨으니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습니까? 하지만, 임종 몇년 전부터 혈액투석하시고 병마와 싸우시며 겪으셨던 고생과 아품을 이제서야 덜으셨다는 것으로 일말의 위안을 삼으시길 바랍니다. 나이가 한살 두살 먹을 수록 삶과 죽음의 무게가 더욱 커져만 가는 하루였습니다.

문상을 다녀오며 '어버이 살아실적 섬기기를 다하여라' 라는 시조 한구절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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