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2000억원이 넘는 강남 귀족계사건과 부산 기장군의 한 농촌마을에서도 동네 주민들을 상대로 30억원 규모의 계를 운영하던 계주가 돈을 빼돌려 달아나는 사건으로 우리사회에에 '곗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에 발생했던 강남 귀족계중 하나인 다복회 사건은 금액이 금액이니만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물론 유명 연예인, 강남 사모님 등 부유층이 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또다른 귀족계인 한마음회의 경우는 250여명이 매달 1500만원을 납입해서 2억을 받는 시스템으로 곗돈 규모만 2,500억원대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꼭 돈이 필요해서라기 보다는 계모임을 친목이나 네트워킹 또는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가입을 하고 활동했으며 한 때는 다복회의 돼지가 그려있는 빨간 수첩이 부의상징(?)이었다고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반면 부산의 한 농촌마을에서 일어난 계주 도주사건은 농촌의 노인들은 물론 떡볶이장사, 나물장사등을 통해 한땀한땀 모은 돈을 낼름 먹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건입니다. 자식 결혼비용은 물론, 월세에서 전세로 옮겨보고자 희망을 갖고 살아가던 서민들의 피같은 돈을 낼름 먹고 도망간 것이죠. 이들에게 이 '곗돈'은 '삶의 희망'이었던 것이라 더 안타깝습니다.


계는 미등록 사채?!

'계'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상부상조의 민간협동체를 말한다고 합니다. 즉, 지금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현재 자금의 여유가 있는 여러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어려운 시기를 돕고, 빌려주는 사람 역시 어느 정도 기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잘 만 사용하면 좋은 재테크 수단이자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잘 들어보면 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게 '빌려준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텐데요.. 결국 '계모임'은 나의 돈을 빌려주는 하나의 대출시스템인 것입니다.
즉, 미등록 사채인 셈이죠!

그런데 사교목적이 강한 귀족계는 일단 재쳐두더라도 가난한 서민들이 이런 계모임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있었습니다. 서민들이 계모임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목돈마련'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당장 목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은행은 물론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요구하는 담보가 없고, 자산이 많고 카드소비를 많이 할 수록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기에 저리의 제도권 대출을 이용할 수 없고 또 그렇다고 사채('계'도 결국엔 사채이지만요.)를 이용하자니 고금리 이자가 무서워 이용하기가 꺼려지던 시점에 마침 그 집 숫가락 갯수까지 훤히 다 아는 이웃들과 함께 하는 계모임은 가뭄에 단비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게다가 대출은 물론 은행이자보다 높은 약 40%의 높은 이자율로 좋은 재테크 수단도 될 수 있으니까 1석2조인 셈이었죠.


깨진 독에 돈 붓기?!

이렇게 좋은 금융시스템이지만 문제는 그 안에 있었습니다. 요즘같은 신용시대에 단돈 100만원을 빌리려해도 높은 신용등급은 물론 이것저것 까다로운 조건을 물면서 대출을 거부하는 시대에 몇억씩 하는 돈을 단지 '계주에 대한 신뢰' 하나만으로 믿고 맡겼었다고 합니다. 너무나 깊이 믿고 있었기에 계약서나 차용증등 그 어떤 법적 장치들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주가 돈을 갖고 도주했을 시에는 그 피해를 온전히 계회원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결국 이러한 계모임에 대한 문제 역시 우리사회의 곪을대로 곪아버린 금융시스템 특히 대출시장의 문제가 이제는 합병증이 되어 다양한 모습으로 발생하는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젠 불법사채로 인해 목숨을 끊는 기사도 너무나 흔한 일이 된곳, 이 곳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현재의 모습입니다.


Something New !!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생각해봐야 할까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안금융의 하나인 마이크로크레딧이 해답일까요? 아니요. 저는 이에 대한 해답 역시 우리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그라민뱅크의 마이크로크레딧이 아니라 그 이전에 이미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계', '품앗이'라는 제도를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의 관점에서 다시한번 재해석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옛말에 온고지신[溫故知新] 이라는 말이있습니다. 옛 것을 알고 새 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공자님의 말씀이죠.
옛 우리 조상들의 지혜인 상부상조의 미덕이 있는 '계'의 방식에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상의 기술인 'P2P' 방식을 얹어본다면 공자님의 말씀처럼 그 어떤 무언가가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큰 돈을 갖기 위해 우리는 대출이라는 시스템도 사용하고, 또 대출을 받아서까지 주식을 사고,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돈이라는 것이 모으는 방법에 따라 사람과 사람간에 관계가 '돈독(篤)'해 질 수도 있고, 돈이 가득한 '돈독(그릇)'이 될 수도 있고, 죽음으로 이르는 '돈독(poison)'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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