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희생, 본능과 위선, 선과 악 그리고 인간과 신계에 바탕을 둔 영화, 박쥐가 30일자로 상영되었습니다.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영도중 무례하게 10 여명이 관람을 포기하고 상영중간에 나갔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이해가 난해한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순간적인 쾌락과 현란한 스토리 그리고 눈앞에 빵빵 터지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전두엽만을 발달시킨 관객이라면 구차스럽게 인간의 본연과 본질 그리고 선과 악에 대해 대뇌기능을 사용하길 꺼려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두려움에 대해 정의하면, 어릴적엔 상상에만 의존했던 존재하지 않는 심연한 두려움에 겁을 냅니다. 그러나 점차 나이가 들고 상상이 현실의 세계와 부딪히는 정도가 커짐에 따라 어릴적 무써워했던 상상세계의 존재, 즉 귀신, 유령 등의 미스테리한 두려움에 대한 대응강도, 즉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수치는 갈수록 높아지게 되죠. 그러나 아무리 익숙해 질려고 해도 안되는 몇몇 가지가 있는데 바로 상식에 반하는 신체반응일 겝니다. 인간이 정상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동작들에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아직도 그 잔인함에 몸서리치게 됩니다. 손톱을 쥐어뜻는 장면이나 관절이 반대로 꺾여 뼈가 튀어 나오는데도 별로 고통스러워 하지 않는 장면들에서 성인조차 두려움에 치를 떱니다. 상식에 반하는 행위입니다. 미스테리, 스릴러 공포물보다 고어물이 일반성인에 익숙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여러분들이 현재의 나이까지 보고 듣고 배운 '상식기준'에 벗어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여러분들께서 알고 계셨던 그 상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렇다고 단순히 고어물에만 집중한 영화는 아닙니다. 아주 필요한 부분에만 제한적으로 절제하여 표현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하느님께 귀의해 자신을 희생삼아 병에 걸린 신부들을 구하려는 주인공 상현(송강호역)과 그를 일반인의 탐욕스러운 세상에 인도하는 태주(김옥빈역), 그리고 그들의 죄악을 지켜보고 있는 관찰자 라여사(김해숙)의 삼각구도는 신계가 아닌 인간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희생과 탐욕', '본능과 위선', 그리고 '선과 악'을 함축적으로 담아 내고 있습니다.

 

영화 '박쥐'에서도 우리가 어릴적 상상했던 미스테리한 존재, 드라큘라(흡혈귀)가 등장합니다. 관대신 장농에서 잠을 자며 망토를 펼치고 날아가는 대신 벼룩처럼 자신의 키높이의 몇십배씩을 점프할 수 있습니다. 손톱을 쥐뜻는 장면처럼 조금은 고어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코믹스러운 송강호의 표정연기, 그리고 눈처럼 빛나는 김옥빈의 라신의 하드코어도 등장합니다. 분명 전통적 '드라률라' 이야기의 포맷은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통적 흡혈귀 영화와는 다른 이해가 필요한 영화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단순한 재미를 기대하셨거나 눈부신 김옥빈의 라신에 탐닉하거나 송강호란 배우의 성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겐 실망의 정도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관람도중 나갈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분명 있습니다.


'성기'는 인간이 가진 최고의 죄악을 상징하는 인간 본연의 쾌락과 욕심의 性적 상징물이며, 동시에 가장 聖스럽고 신에 가까운 '신부'라는 직업의 고결함이 더해져 인간본성에 대한 극과 극을 한장면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聖'과 '性'의 절묘한 만남입니다. 

영화를 본 후, 왜 송강호의 성기노출이 필요한지 이해하려 합니다. 전체 영화줄거리상 부인할 수 없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었고 영화를 마무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무리 머릿속을 복잡하게 정리해 봐도 결국, 현재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필자의 머릿속엔 이렇게 몇가지 장면만 드문드문 접속이 되더군요. 라여사의 신들린듯 뚫어져 지켜보는 눈매와 태주의 순결한 몸, 그리고 상현의 치욕스러운 성기. 아마, 이 영화를 감독한 박찬욱 감독의 표현력을 이해할 아이큐가 되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전 이제 모든 쾌락을 갈구합니다. 그게 죄라고 느껴지지가 않아요...

박쥐라는 2시간 15분짜리 이 영화는 여러분들께 난해한 인간들의 '철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어떻게 보면 재밌지만 탐구할수록 난해한 학문인 '철학'을 다룬 대학의 교양과목같은 느낌입니다. 수강은 쉽고 편하게 했지만, 시험마다 어려움을 겪던 그 느낌, 바로 '박쥐'를 본 느낌과 진배없다는 생각입니다. 배울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철학수업처럼 영화는 이해할 수 없는 '박쥐'가 된 인간을 그리며 끝이 납니다. 원작인 드랴큘라 시리즈같이 다음편을 위해 '부활'을 꿈꾸거나 극중 부활에 대한 실마리를 남겨두지도 않습니다. 다만, 여러분들께 풀어낼 수 없는 미묘한 심리상태만 철학적 의문으로 던져 놓고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집니다.  철학적 영화의 깊이를 추구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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