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바뀜에도 아직 사시에 합격하면 동네방네에 플랭카드를 걸고 축제를 벌이곤 하는 풍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또, 아이들이 좋은 대학교에 입학해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네요. 축 서울대 XXX 합격, 뭐 이런 플랭카드야 애교로 넘어가 봅니다. 또한 행시, 외시 합격에도 마을에는 잔치판이 벌어지게 됩니다. 더크게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거나 대통령 같은 고위직에 당선될 경우 TV방송보도로 고향집 소식을 세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입니까?!!!

그 옛날 춘향뎐에서 몽룡이가 장원급제하여 풍악을 울리고 어사모를 쓰고 동네어귀로 들어서면 기다렸던 동리사람들이 목이 빠지게 자랑스런 신임어사의 모습을 마음에 각인시키려는 듯 반쯤 헤 하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구경하러 나옵니다. 마을의 영예니 당연히 자랑스럽겠지요. 키우던 아이들도 그렇게 잘나게 되라는 부모심정에 손붙잡고 환영행렬에 몸을 숨깁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땅에 익히 보아왔던 풍습이었습니다.

요즘 공무원들의 비리 사건이 심상치 않게 터지고 있습니다. 수억에서 수십억을 해먹은 공무원 나리들의 사깃빨도 대단하지만, 그걸 이제 와서야 간파하는 사정당국도 안스럽긴 마찮가지 입니다.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의 비리는 어제오늘일이 아니지요. 지금 사건이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괴심죄'때문입니다. 경기상황도 안좋은데 혼자 배불리 먹고 잘살겠다고 가는한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자기돈처럼 횡령했기 때문에 세간사람들의 욕을 심하게 먹고 있습니다. 8급공무원이 외제차 몇대에다 수십평짜리 아파트를 살 정도면 할 말 다했지요. 사정당국의 더욱 엄정한 조사와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분명합니다.

갑자기 대학시절 교수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여러분 왜 장원급제후에 마을에서 잔치를 벌이는지 아는 사람?'

마을의 영예고 영광이니 축제를 벌이는 것이라 단순생각을 했던 저로써는 교수님의 말씀이 언듯 이해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심오한 질문의 의미는 쉽게 파악되더군요.

'바로 장원급제자의 마을사람들이 대놓고 부정부패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아! 그렇습니다. 현재 우리가 배우고 있는 잘난 사람들은 모두 존경받고 본보기가 될 만한 인물을 배워왔습니다. 적어도 청백리가 된 사람들만 알고 있기에 장원급제자를 명예로 생각해 왔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들도 욕심많은 인간인 것을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예전 한국사회는 마을이 씨족단위로 구성되었습니다. 경주 이씨들만 모여 동리가 생겼듯 각각의 마을들은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모두 가깝거나 먼 친척간입니다. 따라서, 한 고을에서 장원급제자가 탄생하게 되면 그 씨족 구성원들은 장원급제자를 빽삼아 마음놓고 부정부패를 저지를 수 있는 방패막을 만든 셈입니다. 결국, 끼리끼리 (나뿐짓을) 해먹을 수 있기에 축하파티를 성대하게 벌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지금도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마다 대통령의 생가와 국회의원 고향에서는 큰잔치가 벌어지곤 합니다. 결국, 과거시대의 장원급제후 동네잔치를 벌이는 이유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바로 '떡고물'이 생기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 때문이겠지요. 아니나 다를까 실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의 생가나 고향마을은 임기동안 살기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사실은 사실이지요.

과거에도 청렴결백한 인물이 적었기에 '청백리'라 칭송하며 위패를 세우곤 했습니다. 요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공정하고 공평한 세상이라도 실제 인간의 어두운 면을 면밀히 파헤쳐 보면 결국 이시대의 '청백리'로 칭송받을 사람이 얼마 없을 것입니다. 돼지보다 욕심이 많은 인간의 탐욕앞에서 우리는 '인생사 원래 그런거지'라며 '눈가리고 아웅'해 버립니다. 하지만, 최근의 공무원 부패사건이 연이어 발견되고 있음에 사회적 경종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청백리란? 조선시대 대신·대간 등에서 추천받아 공식으로 인정한 청렴한 관직자.
염근리(廉謹吏)라고도 하며, 고려시대에는 염리(廉吏)로 불렸다. 청백리란 청귀(淸貴)한 관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품행이 단정하고 순결하며 자기 일신은 물론 가내까지도 청백하여 오천(汚賤)에 조종되지 않는 정신을 가진 관리, 즉 소극적 의미인 부패하지 않은 관리가 아닌 적극적 의미의 깨끗한 관리를 가리킨다. 청백리 정신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청렴정신은 탐욕의 억제, 매명행위의 금지, 성품의 온화성 등을 내포하고 있다. 청백리 정신은 선비사상과 함께 백의민족의 예의국가관에 의한 전통적 민족정신이며, 이상적인 관료상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민족정신은 단군 이래 홍익인간적 윤리관에 바탕을 두고 형성되어 삼국시대의 화랑정신, 고려와 조선시대의 구국항쟁, 그후 의병활동 등으로 계승·발전했다. [출처 : 다음백과사전]


인간의 본성이 탐욕에 이미 사로잡혀버린 세상이라면 최소한 '청백리상'이라도 만들어 명예를 주며 존경하고 또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본보기로 생각할 수 있는 건전한 사회분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공무원부패때문에 갑자기 두서없이 적어본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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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사랑 2009.03.13 14: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사진에 뿜었습니다...^^ 재밌는 글이네요..ㅋ

    진정한 청백리가 생기기 어려운 사회 풍토가 아쉽네요....지금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그 대법관도 판사시절에는 상당한 청백리 상이였다고 하던데...

    무엇이 사람을 그렇게 바뀌도록 만들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