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글을 작성하고 있는 저도 특별히 늙은 나이가 아닌데 벌써 20대초중반의 사람들과 심각한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게 됩니다. 아직은 싱싱한 30대후반의 사람으로 느끼는 조금은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합니다. 경기도 안좋고 사회분위기도 안좋으며 어제 WBC 야구까지 콜드게임패를 당한 마당에 자극적인 글을 써서 그 분노의 불똥이 엄청난 비난의 댓글로 승화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한 성격하시는 분들이나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싸가지 없다라고 들으시는 분들은 가급적 제 글을 무시하고 마음속의 쓰레기통에 가볍게 던져 주시길 바라며...

예전 제가 학생시절엔 '경로사상'은 마땅하고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어릴적 처음 학교에 가서 배운 것은 한글도, 영어도, 수학도 아닌, 웃사람에 대한 공경이었다고 생각납니다. '나라사랑', '부모효도', '경로사상' 등의 기본적 예의범절을 우선 배웠고 특히 제 부모님 두분 다 선생님이셨기 때문에 더욱 각인되고 수련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어린나이 조그만 손이 꽁꽁 얼정도의 추운 날씨에도, 너무 더워 픽픽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쓰러지는 날씨에도 아침에는 대운동장에 일렬종대로 집합하여 오랜시간 조회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대운동장에서 시작되는 아침조례, 애국가제창, 태극기를 향해 경례하는 행위는 요즘들어 일제 군국시절의 나뿐 산물이라 평가되며 없어진지 오래되었습니다. 요즘이야 겨우 입학식이나 졸업식에 한번 강당에 모여 앉아 식을 거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쨌던 매일 반복되는 조회와 종례시간을 통해 끊임없이 '나라사랑, 부모효도, 경로사상'에 대해 세뇌(?)되었고 그 결과로 사회에 나와서도 나라를 위해 군말없이 군대댕기고, IMF때 금도 모으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나랑 상관없는 나이드신 분들에게 최소한 공경하는 습관이 몸에 배이게 됩니다. 결국 그당시 사회분위기가 이러한 행동을 가르쳤고 어길시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던 것이죠. 나뿐놈, 막되먹은 놈이 되긴 싫었으니까요.

그런데, 점차 서구화를 접하며 '공경어'가 필요없이 '평등'을 주장하는 영어권 문화가 주류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더이상 집단주의, 전체주의 문화보다는 개인주의문화가 중심문화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우리'보다는 '나', 즉 '집단'보다는 '개인'이 우선시 되는 사회로 변화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유의 중심엔 서구문화의 영향이 컸지만 특히 한아이만 있는 가정이 점차 늘어나며 생기는 보편적 현상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습니다. 어릴적부터 독자였기에 '우리'란 개념을 알 수 없는 것이지요. 사회구조상 우리보다 개인이 중요해 지는 세상에서 사회질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그 배경에서 '먼저 태어나 이세상을 경험해온 자'들에 대한 공경의식은 이미 쓰레기통으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경험과 연륜보다는 실력과 창의가 중요시 되는 세상을 권장했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으며 이미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연유로 이젠, 사회구성원들의 나이에 대한 존경이 무용지물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늙은 너'나 '젊은 나'나 같은 사회구성원이니 평등한 조건에서 생활하고 같은 조건으로 대우받는 일이 마땅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접하는 문화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바로 '개념없는 노인'들에 대한 비난들입니다. 한쪽 주장대로 이야기를 옮기면, 개념없는 노인네가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임산부에게 욕을 한다거나, 아파 할 수 없이 경로우대석에 앉아 있는 학생을 야단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고 그기에 엄청나게 열폭한 누리꾼들이 그 개념없는 노인네들을 비난하고 심지어 욕하고 있습니다. 같은 사람으로써 왜 존경을 바라는가도 요즘세대들에겐 이해하기 힘든 숙제일지 모릅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늙어 가기 시작하는 동물인데 말입니다.

저처럼 비교적 경로사상에 물든 사람들이 만약 노인비하에 열폭하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경로사상'은 중요하고 노인을 공경하는 것은 마땅한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면 요즘 노인은 힘도 좋고 정력도 조으니 나이에 어드밴티지를 줄 이유가 없다 딱 잘라 이야기 합니다. 목포의 살인마 어부를 예로 들며 이시대 젊은이 못지않게 성욕에 미치고 추악한 늙은이들이 개념없는 사회를 만들어 왔고 자신들은 그러한 환경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은 기성세대에게 있다라며 반항심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우리사회는 어느듯 '노인에 대한 공경'이 세상인들에게 존경받는 나라가 아닌 노인들에게 무조건 열폭하는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누가 대한민국을 경로사상의 사회라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전통적 한국사회에서 노인들은 삶의 지혜를 가진 현자의 역할과 어른의 지위를 가지며 존경받았습니다. 한국처럼 특히 나이를 중요시하는 나라에서는 단 한살의 차이에서도 깎듯한 대우를 하고 그 대우를 받으며 살아오던 나라였죠.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인터넷세상에서는 이러한 '나이'에 대해서는 개념무시를 하고 있고 그게 당당한 주장과 논리적인양 배설하고 있는 세상이 도래하였습니다. 인터넷의 특성상 익명성이 보장되고 특히 오프라인과의 단절이 지배하고 있기에 더이상 사회구조상의 전통적 가치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짧은 댓글과 모호한 존칭어의 남발로 부적절한 토론도 넘치고 있습니다. 

나이가 많이 들었다고 모든 세상일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인생경험에 따른 도전과 시련 그리고 실패와 성공의 체바퀴속에서 부딪치고 깨지며 희열을 느끼고 성공과 실패를 겅험하는 것이고 나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만들게 하는 중요한 요소, 즉 시간(time)의 집합체인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젊었을때 치기와 오기로 무장한 패기와 젊음이 '익지 않은 벼처럼' 고개를 빳빳이 세우며 날카롭고 공격적인 언행으로 적지 않은 사회의 선배들을 다치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의 '자아중심적 사상'에 빠져 있는 동안 이미 기성세대는 그 질풍노도의 과정을 경험해 깨진 경험을 갖고서야 한발 물러서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란 것이지요.

심지어 댓글과 트랙백을 포함한 포스팅을 작성할 때 비난받는 자가 자신보다 인생선배일 경우도 상관이 전혀 없나 봅니다. 극한 비난의 수준은 더이상 용납하기 힘든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제가 상경하여 대학다닐때 즈음 기저귀를 차고 돌아 다니던 아해들이 이제는 다 켰다고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심지어 나이가 많은 상대방에 대한 비난도 모자라 그들 부모의 욕(예:가정교육이 안되었군!)도 서슴치 않는 세상입니다. 정말 오프라인에서 만나 인생선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싸가지 없이 이야기 할 수 있을지 궁금해 지기까지합니다. 

나이는 숫자놀음에 불과한 것이다라는 개념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은 절대 충분한 경험과 연륜이 되기 전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추상적 개념으로 뜬구름 잡기는 가능할 지 모르지요. 하지만 진정 이 개념의 깨닳음은 스스로 나이를 먹고 본 뒤에야 깨달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마치 성관계에만 맛들인 애어른들이 스스로에게 어른의 지위를 부여한다고 과연 사회적으로 진정한 '어른'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요? 성관계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것, 술을 마실 수 있고 담배를 편하게 살 수 있는 것은 나이에 따른 법적해석이지 그게 '어른'이 되었다는 증명서는 아니란 말이지요.

혹자는 이야기 합니다.
'대가리만 굵어진 애어른들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구요
삶을 살아가며 일련의 인생의 수레바퀴속에 윤회하며 죽을 때까지 하나하나를 배워 나가는 과정속에서 시나브로 어른의 지위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퇴색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로사상에 대해 마무리를 짓고자 합니다. 잘 알려진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논법을 보면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라는 연역법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대전제와 소전제가 참일경우 결론도 참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이에 비추어 다음 주장을 전개하려 합니다.

모든 사람은 늙는다.
당신도 사람이다.
따라서 당신도 언젠간 늙게된다.


지금 혈기왕성하고 잘난것처럼 보일 지라도 인생은 전광석화처럼 지나간다고 합니다. 바람직한 사회는 사회의 미래인 어린이를 보호하고, 사회의 책임을 수행한 노인들을 공경하며 잘 물려진 톱니바퀴처럼 서로 존경하고 존경받으며 어느 한쪽이라도 치우침이 없는 구조가 완벽한 사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사회는 급격한 변화의 물살에 따른 충격파가 적지 않은 사회가 되었습니다. 일례로 군생활때 신병때부터 두들겨 맞으며 일이병을 보낸 기수가 갑자기 변화된 구타근절의 사회풍토속에 말 않듣는 후기 기수를 때릴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려 분노가 폭발하려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이율배반적인 것이지요. 마찬가지 입니다. 노인공경을 배우고 인생선배에 대한 존경을 익힌 세대가 어느순간 갑자기 싸가지 없는 철모르는 아해들에게 공격당하는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만약 '노인공격'과 '인생선배에 대한 존경'의 풍토가 '군시절 구타행위'와 같이 사악한 문제가 아닐진데, 왜 우리는 전세계 사람들이 고대부터 부러워 하던 이 좋은 문화를 버려야만 하겠습니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니 '다이다이'로 맞먹자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풍토일까요? ㅎㅎㅎ 웃긴 이야기는..... 바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를 주장하시는 님들도 십여년 뒤면 아, 이 선배가 왜 이랬는지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세월은 금방 지나 가걸랑요.

무시당해 사라지고 있는 경로사상의 문화에
여러분
뻔한 미래가 눈에 밟히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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