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추운 겨울, 매서운 칼바람 모진 감기에 고생하면서도 무엇이 그리 신기한지 세상 알아가고자 초롱초롱 빛나는 맑디맑은 눈동자로 겉싸게마져 내팽겨치는 너의 호기심이 너무나 신비롭구나.

태어난지 어언 한해반, 손바닥만하던 네 작은 몸뚱아리가 세상을 향하여 몇차례 뒤집기를 시도하더니 어느새 네 앙증맞은 발아래 세상을 두게 되었구나, 축하한다!

무엇이 그리 이채롭더냐? 무엇이 그리 아름답게 보이더냐? 네가 앞으로 살아가야할 세상은 네 순백의 눈동자에 담기엔 너무나 지저분할 터인데...


神의 사랑을 구걸하던 종교인들이 황금에 눈이 멀어 장사치로 변한 세상이고 사람을 속이던 자들이 국민위에 군림하며 정치하는 세상이다. 정의를 내팽겨친 검사들과 만민에 평등해야할 법마져 형평성 잃어버린 판사들, 그리고 국민에 봉사보단 권력에 아부하며 출세가도를 달리는 경찰들이 멋들어지게 융화되어 썩어버린 미친 공정사회가 무엇이 그리도 궁금하단 말이냐..

이러한 모진 세상에서 누군가처럼 수백억 눈먼 재산을 물려줄 수 없어 애석하다만, 그다지 실망하진 말아라. 넘치는 재물은 욕심을 만들고 과한 욕심은 탐욕을 채워 결국 너를 언제나 굶주린 아귀처럼 '아직도 배가 고프다'를 남발하는 애비애미도 모르는 인간말종으로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물려줄 번듯한 가훈조차 없어 애석하다만, 그다지 실망하진 말아라. 가훈이란 원래 일가족 대대로 잘 지키지 못했던 것을 바로 잡고 항상 가슴에 아로새기기 위해 만든 지침일 뿐, 우리 가문의 피를 이어 받은 너에겐 '정직'이란 유치찬란한 가훈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사기꾼들이 득세하는 세상에서 나홀로 독야청청하며 썩어빠진 악취나는 시대정의에 반하여 홀로 외톨이로 남아라 강권하지는 않을 터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엔 원판불변의 법칙이란게 있단다. 씨도둑질은 할 수 없는 법, 네가 진정 나의 혈통을 이어 받았다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선과 악을 구분하고 정의와 진실을 섬기며 약자를 돕는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을 터이다.

두발아래 세상을 두니 그리 좋더냐? 그래, 이제부턴 네 맑은 눈앞에 펼쳐질 모든 세상이 너의 것이다. 따뜻한 가슴으로 세상을 품고 냉철한 이성으로 세상을 바라 보아라. 비겁하게 약하고 힘없고 못배우고 가난한 아이에게 해꼬지하지 말고 힘세고 강하고 똑똑하고 잘사는 아이에게 빌붙지는 말아라. 아무리 부정하려 애써도 그게 원래 네가 태어난 본래의 모습이다. 다만 못난 아비는 먼발치에서 네가 만들어갈 거짓되지 않는 스스로의 참모습을 소중히 지켜 보고자 한다.


사랑한다, 아들!
신묘년 첫달 여덟일에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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