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지진과 기상이변이 판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 세기말 출현했던 종말론자들의 둠스데이(Doom's day-종말의 날) 현상은 분명 아닙니다. 겨우 21세기 새천년(밀레니움)이 시작된지 십년 지났을 뿐입니다. 그런데, 세계 곳곳에서 지구종말, 지구멸망 시나리오가 넘치고 있습니다. 그것도 2013년 12월 21일이라니, 세기말로 알고 있었던 종말의 날이 너무도 이른 세기초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웃긴 건 지금까지 여러 경로를 통해 접했던 지구환경 파괴로 인해 오존층 함몰, 지구온도 상승, 지진과 해일, 해수면상승, 기상이변 등등, 지구의 심각한 위기가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과 에너지사용 때문이었다는 과학적(?) 주장이 대중들의 지식에서 사라지고 있는 반면, 고대 마야인들의 예언이나 기타 예언서에 등장하는 신비주의(?) 종말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과학과 이성으로 중무장한 시대에서 오히려 미신과 비이성이 지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신을 섬겨야할 종교인들이라고 다르진 않습니다. 어떤 종교든 극한의 상황에 인간을 내몰아 공포심을 느끼고 신에 대한 경외감을 심어줘야 했기에 '종말'은 존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날이 흔히들 말하는 '구원의 날'이 될지, '종말의 날'이 될지는 모르지만, 세상에서 가장 종말론을 오랬동안 이용해 왔던 부류가 종교인들이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 겁니다. 오히려 과거 역사를 통해 배워왔듯 종교와 과학은 언제나 그렇듯 이 문제에 대한 대립적 구도를 띄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합리적 이성 갈구가 목표인 과학과 인간으로 통제할 수 없는 절대자의 힘(beyond one's control)에 맹목적 순종이 마땅한 종교간의 싸움은 인간역사를 통해 피할 수 없던 아마겟돈이었습니다.

 

그러면 정말 2013년 그날이 오면 종말의 날이 다가 올까요? 몇 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각종 기상이변과 천재지면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은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국 사천성, 칠레, 그리고 오늘은 미국의 캘리포니아까지 지진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올초 유럽전역의 이상기온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각종 현상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변화된 기온으로 개화시기가 달라졌다던지 수도권의 지진현상 등도 일례입니다. 그러나, 인류멸망이라는 최악의 소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소 닭쳐다 보듯' 아직까지 무관심한 채 오히려 이런 현상을 즐기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이유는?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으로 공포물을 보는 인간의 심리와 비슷하겠지요. 난도질 당하는 인체훼손의 역겨운 장면에서의 공포감, 꿈속에서 조차 마주칠까 두려운 귀신과 악마의 가공할 두려움도 결국 극중인물의 캐랙터에 자아 이입을 통해 극한의 공포까지 자신을 내몰아야만 얻을 수 있는 만족감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점은 영화속 캐랙터들이 처해진 공포상황의 시점과는 달리 관람자인 자신은 영화의 엔딩과 함께 빠져나올 현실세계 속에서 절대 안전하리라는 모종의 안도감때문에 가공할 공포를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공포영화란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이라는 이중성 때문에 자신만의 쉘터(쉼터, 안전한 곳, 피신처)를 가질 수 있는 자들의 누릴 수 있는 호사입니다. 현실에서 내 가족들, 친구들, 지인들이 영화속처럼 죽어 나간다면 감히 그 긴장감과 두려움을 견딜 수 있을까요? 단언컨데 절대 아닙니다. 여기서 언급한 '쉘터'란 여러분이 이 험란한 세상에서 살아 남을 수 있기 위해 본능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최후의 방어선입니다. 감히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는 것이며 이 최후의 보루마져 무너졌을 땐 결국 더이상 극한의 공포에 대항할 용기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며 삶에 대한 의욕마져 사라지는 것입니다.  자, 이젠 현실로 돌아와 봅시다.

지구종말론을 많은 이들이 이젠 즐기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가 어떻게 될까 조금은 두려움에 휩싸여 보기도 하며 '이 딴 세상 빨리 망해버려라'는 내심 원치않는 헛소리 한마디를 내뱉음으로써 자신이 처해진 현실에 위안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만큼은 안전하리라는 '쉘터'가 없다면 감히 누구도 이렇게 종말에 배짱있게 맞설 수 없을 것입니다. 공포영화 관람처럼 자신의 안전한 현실 만족을 극대화 하고자 일부러 조성된 긴장감과 흥분을 즐기고 있는 것이죠. 작금의 대한민국의 시대현실 상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크게는 종말론에서 시작된 이상기류가 한국사회 곳곳에서 암처럼 번지고 있는 것입니다.


 '오해'든 '조금만 기다려 달라'든 '정직이 가훈'이던 상관없이 국민들 개개인이 자신만의 쉘터속에서 현실상황을 즐기고만 있습니다. 독도가 일본에 넘어가던, 대한민국의 전함 한척이 영해상에서 침몰당해 수십명의 장병들이 수몰되던, 수많은 실업자가 넘치고 중소기업들이 쓰러지던 대다수 한국 국민들은 눈하나 깜딱하지 않고 있습니다. 종말론마져 공포영화 한편 감상하듯 즐기는 시대현실인데 이까짓 일들이 무어란 말입니까... 그저 자신들만의 쉘터에서 오덕후처럼 쳐박혀 '나보다 더 못한 남들의 아픔'을 보고 즐기며 거짓 동정하길 일삼는 그런 시대상황에 빠져 있을 뿐입니다.

2013년 종말른을 일삼는 사람을 '오덕후' 취급하시는 당신, 과연 대한민국의 정치와 시대현실 앞에서 비겁하게 자신의 쉘터 안에 숨어 이러한 정신나간 상황을 즐기고 있진 않으십니까? 만약 그렇다면, 종말론자를 비하하거나 욕할 이유도 없거니와 그럴 자격도 없는 사람입니다. 인류 공존을 위해 살아야할 의무감을 잃어 버린 채 자신만의 이기와 영생을 위해 살아가는 대다수 대한민국 오덕후들에겐 작금의 시대현실이 자신의 현실세계와는 동떨어진 '공포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여겨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귀찮은 현실상의 투표따위보다 은근히 마음 깊은 곳에서 바라는 '지구멸망'의 헛된 소망이 대한민국을 좀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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